어둠 끝에 빛이 있으라.
Wooosh!
가엘이 별자리의 성흔을 두른 양손을 뻗으면서 광휘를 일으켰다.
빛이 산란했다.
Bling! Bling!
무수에 가까운 수많은 빛무리들이 쏟아지면서 모든 어둠을 몰아냈다.
전쟁의 격류도, 폭정의 화염도,
기아의 벼락도, 죽음의 냉기마저도.
Boom!
고폭탄을 장착한 미사일들을 모조리 퍼부었음에도 생채기 하나 없다. 맹렬하게 치솟는 폭염을 여유롭게 지르밟는 가엘의 모습에 에다난트는 허탈함이 담긴 한숨을 토해냈다.
“…저런 괴물이 다 있냐.”
수많은 숙적들과 싸웠지만 언제나 승산은 충분했다.
하지만,
저것은 아니다.
탐색전을 치밀하게 이어나갔지만 승산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약점?
어떤 빈틈도 보이지 않는다.
가엘이 말한 ‘극광률’의 힘은 모든 힘과 권능들을 무효화시키고 있었다.
유일신의 옥좌를 차지한 신격에게 하사되는 빌어먹을 치트가 틀림없다. 현세의 모든 신격들을 추방했던 대지의 창조신이 극광률의 힘마저 손아귀에 넣었으니 괴물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괴물? 무례하기는.”
여러 광채들로 빛나는 신비로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와 동시에 손을 뻗었다.
“경배하라, 유일신의 힘을.”
Crack!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거미줄처럼 난잡하게 갈라진 틈새 속으로 순백의 광휘가 말뚝처럼 솟구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극광률의 빛이 수천 갈래의 벼락줄기가 되어 쏟아졌다.
하늘과 땅.
유일신이 명령한 신벌이 모든 공간을 장식했다.
피할 수 없다.
저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신화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창세의 도시가 극광률의 섬광으로 뒤덮였다. 찬탈을 선언한 무고의 재액과 함께 황금빛 구름의 도시마저 소멸시킬 생각인 듯했다.
*
여기까지인가.
당치도 않은 기대를 무심코 품어버린 것일까.
극광률.
신앙의 정점에게 내려진 힘.
맹위를 떨치던 재액의 어둠은 순백의 광휘에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 광풍을 마주한 작은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면서 당장이라도 꺼질 듯했다.
-가엘!!
Whoosh!
반인반룡이 내지른 주먹이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섬광을 으스러트렸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극광률의 힘을 파쇄했지?
포악한 맹수처럼 새하얀 빛무리들을 으스러트리면서 달려드는 루드밀라. 붉은 용의 광란을 목격한 가엘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설마…!’
방금까지 불을 내뿜으면서 포효하던 삼두룡이 보이지 않는다.
틀림없다.
루드밀라와 폭정의 재액이 일체화한 것이다.
신격의 일부를 한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강신(降神)을 넘어선 완전한 동화(同化).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는 반인반룡의 불길이 현신(現身)에 성공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불가능해. 인간의 연약한 육체로 신격의 전부를 온전히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육체는 그릇이며 영혼은 알맹이다.
알맹이를 담아낸 그릇의 남은 공간에 신격을 채우는 것이 바로 가호였다.
일부가 아닌 전부를 담아낸다니.
영혼을 제외한 여분의 공간에 신격의 전부를 담아낼 수 없었다.
하물며 무고의 재액은 재앙신의 정점에 위치한 신격이다. 폭정의 재액과 일체화를 시도하자마자 알맹이인 영혼이 무너지거나 그릇인 육체가 붕괴할 터였다.
-바로 오늘, 당신의 시대는 끝날 겁니다.
하지만 루드밀라는 초인의 경지에 도달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폭정의 재액이 연이어 육체의 주도권을 빼앗으려 했지만 모두 실패하지 않았던가.
불길이 몰아친다.
그 속에서 반인반룡이 용의 날개를 펄럭였다.
“전력을 다해 부딪쳐, 루드밀라!”
생명을 관장하는 어머니로서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기쁜 법이다.
설령 상대가 무고의 재액을 담은 그릇이라 할지라도.
강대한 불길을 손아귀에 거머쥔 루드밀라를 바라보면서 응원을 보냈다. 반인반룡의 공세에 극광률의 힘이 서서히 바스러지고 있었음에도 찬사를 마지않았다.
THUD!
주먹을 휘두름과 동시에 진홍빛의 소용돌이가 화살처럼 쏘아졌다. 삼두룡의 불길을 담아낸 폭정의 격노는 단숨에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가엘에게 육박했다.
극광률의 힘으로 막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불길의 소용돌이를 이용하여 은밀하게 접근한 에다난트였다.
“……!”
매캐한 연기로 자욱하게 가린 시야.
사방을 포위한 화염의 소용돌이.
그리고 불과 10야드에 불과한 근접.
에다난트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졌다. 분명 회심의 일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루드밀라가 마련한 무대일 터였다.
불길을 뚫으면서 달려드는 에다난트의 모습은 광인과도 같았다. 그에 가엘은 별자리의 성흔을 새긴 양손을 들어올리면서 응수를 준비했다.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극광률의 힘으로 받아치겠어.
성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유일신의 눈동자가 찬탈자의 행동을 주시했다.
Swish!
일촉즉발의 격돌을 앞두고 있었을 때.
파도처럼 넘실대는 화염 속에서 희미하게 번뜩이는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군용 와이어였다.
날카로운 가시들이 촘촘하게 박힌 와이어가 가엘의 몸을 휘감았다.
“무의미한 짓을….”
고작해야 철사 따위로 무엇을 하겠다고.
가엘은 자신의 오른팔을 움켜쥔 와이어를 바라보면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날카로운 가시들이 짐짓 위협적이었지만 극광률의 힘에 막힌 상태였기에 상처를 입는 일은 없었다.
단순한 눈속임인가.
가엘은 손가락을 튕기면서 극광률의 힘을 충격파처럼 쏘아냈다. 그리고 와이어에 휘감긴 자신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Cha-ching!
와이어와 연결된 안전클립이 뽑혔다.
그와 동시에 안전클립이 풀린 수류탄들이 일제히 가엘에게 날아들었다.
세열수류탄.
수많은 금속파편을 내장한 수류탄들이 가엘의 눈앞에서 격발했다.
BOOM!!!
수류탄들의 여파가 작렬했지만 고개를 돌릴 여유는 없었다. 재액의 전신갑옷으로 무장한 에다난트가 바로 눈앞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푹-.
아주 미세한 틈새를 통과한 금속파편이 뺨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가엘은 핏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오로지 에다난트에게 집중했다.
-유일신께서도 피는 흘리는 모양이지!
근접전.
총을 꺼내기엔 간격이 너무 좁다.
그렇다면 고폭탄의 격발을 이용한 자폭일 가능성이 높았다. 언젠가 에다난트에게 자살테러 협박을 받았던 가엘이었기에 특히 그것을 주의했다.
철컥-.
에다난트가 건틀릿을 장착한 주먹을 들어올렸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해.”
Whoooosh!
하늘을 울리는 굉음.
다채롭게 빛나는 오색빛깔의 광채.
그리고 광풍에 휩쓸리듯 휘날리는 새하얀 깃털들.
가엘이 가느다란 손아귀를 모으면서 합장하자 극광륜의 격류가 몰아쳤다.
“지용을 쏟아내도, 책략과 임기응변을 다해도, 결코 메우지 못하는 격차가 존재하거든. 그것을 보여주겠어.”
빛이 확산하자 쩌렁쩌렁하던 굉음이 순식간에 멎었다.
광채가 보였다.
결코 양립을 허락하지 않는 오만한 빛이다.
에다난트는 분쇄기에 내던져진 듯한 무거운 고통을 억누르면서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자 건틀릿의 손바닥에 장착된 전자포가 검붉은 광채를 토해냈다.
“과연 꿍꿍이가 있었구나. 결국 쓰진 못하겠지만.”
Ugh!
온몸을 압박하는 힘이 너무 완강하다.
이래선 제대로 조준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방법이 없다.
세열수류탄들로 기만술을 벌였음에도 가엘은 꿈쩍하지 않았다.
“에단, 조금만 더 버텨요!”
다급한 목소리가 배후에서 울렸다.
제블린느였다.
격앙된 외침을 들은 에다난트는 침음을 삼키면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언제나 그랬잖아. 루드밀라를 믿고, 제블린느를 믿으면서 앞으로 나아갔지.’
화염의 폭풍이 내질러지면서 극광륜의 확산을 저지했다. 뒤이어 검은 낙뢰들이 떨어지면서 극광륜의 중심에 위치한 유일신을 긴장시켰다.
잠시 격류가 멎었다.
그 덕분에 에다난트는 바들바들 떨리던 오른손을 뻗을 수 있었다.
-가엘!
“드디어 도달했구나.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루드밀라와 제블린느의 조력 덕분에 극광륜의 격류를 뚫어냈다. 하지만 가엘의 말처럼 유일신의 위엄에 닿기엔 한없이 모자랐다.
별자리의 성흔이 새겨진 유일신의 손아귀는 광휘로 번뜩이고 있었다.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에 반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었다.
실패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만약 크로스 카운터로 이어진다면 반드시 패배하게 될 터였다.
의문과 두려움이 뇌리를 파고들었지만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기대와 간절함으로 가득한 황녀와 성녀의 시선이 자신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테니.
꽉-.
손아귀를 뻗었다.
그리고 반대편 손아귀로 손등을 감싸주면서 최대한 고정했다.
-체스트 레인지. 제아무리 유일신이라도 못 버틸 거다…!
초근접거리에서 쏘는 전자포.
건틀릿의 손아귀에 실린 검붉은 격류가 증폭을 거듭하면서 한계치에 도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원하던 사정거리로 입성한 에다난트는 유일신을 향해 레일건을 쏘았다.
Pew!
짧은 포성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검붉은 궤적이 가엘을 강타했다.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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