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아… 혹시 어제 내가 한 말 기억나?”
“딱딱딱…”
“능력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저녁까진 기다려 보는 거다?”
끄덕
잠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던 차진혁은 곧 카페를 나섰다.
우리는 차진혁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러자고 말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나는 연희를 안고 은신 상태로 공중에 떠올랐다.
차진혁은 도보로 30분 정도를 이동하여, 꽤 규모가 있는 2층짜리 단독 주택으로 들어섰다.
‘돈도 많을 텐데, 아직도 이런 곳에서 사나.’
집이 넓긴 했지만, 조금은 낡아 보이는 주택이었다.
입구에는 유치원 같은 곳에나 설치될 법한, 무릎 높이의 은색 바리케이드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옆에 희미하게 남아 잘 보이지 않지만 무슨 무슨 보육원이라는 간판이 한 켠에 놓여 있었다.
주택 안에 마당은 확장한 것인지, ㄷ자 형태로 부지 밖에 볼록하게 나와 있었고, 그 안에서 십여 명의 아이들이 신이 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차진혁이 들어서자, 아이들은 하던 공놀이를 멈추고 햇살 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오는 길에 마트에서 간식거리를 잔뜩 사왔기에, 아이들에게 나눠줄 것이 참 많았다.
먹을 것보다 차진혁의 옷깃을 잡고 흔들어대는 아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차진혁은 저곳에서만큼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곧 집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서 과자나 빵 따위의 것들과 뒤이어 배달 온 치킨으로 작은 파티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허탈한 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뭐 하는데? 애들이랑 막 놀아주고 그래?”
연희는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했기에, 란을 통해서 중계를 해줘야 했다.
“우웅… 혹시 저 사람. 어렸을 때부터 여기서 자랐던 걸까?”
모를 일이었다.
내가 차진혁의 기사를 자세히 보진 않아서.
보통 헤드라인만 보고 댓글로 넘어가는 게 국룰이잖아?
우리는 공중에서 어제 샀던 건량을 종류별로 까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조용하네.’
차진혁은 애들과 놀아준 뒤에, 혼자 방에서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일기 같은데… 참 건실한 청년이구만.
결국 이날 차진혁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공중에서 [의태]를 발동했다.
“와…”
연희는 언제 봐도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변신한 나를 바라봤다.
쪽-!
“앙…”
나는 연희 볼에 입을 한번 맞춰준 뒤, 미니맵부터 살폈다.
‘음?’
그런데 이번에는 지도에 떠오른 표시가 평소와는 달랐다.
‘동그라미가 아니고 세모? 4개나 깜빡이네…?’
하나는 차진혁을 가리키는 것 같고, 나머지 셋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함께 이동 중이었다.
‘이런 식으로도 뜨는구나. 세모는 뭘까?’
“응? 뭔데? 어떻게 됐어?”
“아- 세모. 지도에… 세모가… 4개.”
“응? 세모? 동그라미가 아니고?”
“응. 처음… 보는 거야.”
연희는 세모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악인은 아니지만 될 가능성이 있다? 뭐 그런 걸까?”
“아… 그…런가?”
연희의 추측이 맞다고 해도,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판단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연희의 판단에 맡겨 보기로 했다.
“웅… 일단!”
“응.”
“방에 들어가서 생각하는 게 어때?”
“……?”
진짜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보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건…
어쨌든 나는 연희를 안고 나머지 세 명이 있는 곳으로 먼저 향했다.
일단 어떤 녀석들인지는 파악해둬야 하니까.
그런데 공교롭게도 놈들이 향한 곳은 연희와 어젯밤에 선정해둔 호텔 중 한 곳이었다.
‘오히려 잘된 건가?’
차진혁의 집과 2km가 좀 안 되는 거리에 있는 호텔.
차진혁을 살피면서 하룻밤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했다.
그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호텔 로비로 들어섰고. 곧 그들의 모습이 낯이 익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짜증을 유발하는 목소리와 저렴한 말투.
– 푸하핫!
– 아, 존나 웃겨.
– 병신이냐? 그걸 떨어트려.
오후에 카페에서 봤던 차진혁의 동료들이었다.
호텔 로비를 가로질러 가는 세 명의 모습.
다섯 명 중 길잡이를 포함한 두 명은 보이지 않았는데, 남자 혼자서 양옆에 여자 두 명을 끼고 있었다.
‘때리고 싶네.’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여자 두 명과 동시에 호텔에 온 녀석의 수완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놈들이 미래의 악인이라고?’
차진혁과 같은 세모로 표시된 헌터들.
‘흠…’
내가 로비에 가만히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 연희도 내 시선을 따라가다 놈들을 발견했다.
(헉… 아까 그 사람들?)
(맞아.)
우리는 소리를 최대한 죽이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오늘은 기다리기로 한 거야? 알았지?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야 하니까.)
(알았어.)
혼자 속닥이면서 체크인을 하러 오는 연희를 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혹시 몰라서 나는 은신 상태로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헌터로 각성하지 않은 이 세계의 윤한결에게 혹시나 피해를 줄까 싶어 조심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세계의 시계가 빨라졌다면, 내 각성 시기도 빨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검색을 해봐야겠어.’
윤한결을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어련히 알아서 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다행히 체크인은 문제없었다.
애초에 B급 던전이 몰려 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별 볼 일 없는 지역이다.
그리고 최근 이 지역에 던전 브레이크가 잦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곳곳에 비어 있는 방이 느껴졌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감각의 파장을 가다듬었다.
우리가 11층, 그리고 차진혁의 동료들이 9층이었다.
놈들의 마력 회로는 단단히 기억해뒀으니, 반응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다.
만약 저놈들이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한다면?
‘번개처럼 도망쳐야지.’
내 머리가 텅 비어있다 해도, B급 헌터 세 명과 맞설 정도로 지능에 문제가 있진 않았다.
물론 여차하면 자폭을 하겠지만, 라이프 포인트는 소중하니까.
삐리릭-
방에 들어선 우리는 처음으로 들어선 낯선 공간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의태는… 21분 남았군.’
“어, 음… 오, 오늘은 그, 그냥 씻고 잘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연희의 팔을 잡아끌었다.
“따라와.”
“앗…”
그러자 연희는 배시시 웃으며 토끼 걸음으로 내 뒤를 따라왔다.
나는 익숙하게 두툼한 침대보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침대에 깔았고, 연희를 가볍게 침대 위로 던졌다.
풀썩-
“아이잉- 그래도 안 씻고 하는 건 좀…”
“20분… 남았어.”
“뭐어?! 그것밖에 안 남았다고?”
연희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이 반응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새롭네. 연희 옷도, 이 공간도.’
깨끗하게 정리된 호텔 방과, 조금은 과하게 뿌려진 이름 모를 향이 묘하게 나를 들뜨게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연희는 외출복이었다.
골목길에서 한번 했던 것 외에는 거의 집에서만 플레이했었기에, 연희가 입던 옷은 항상 트레이닝 복이나 던전용 복장이었지 이런 원피스 차림은 처음이었다.
따뜻한 분홍색 원톤에 허리가 살짝 들어간 품이 넓은 원피스.
보통 이런 스타일을 입으면 몸매가 덜 드러나기 마련인데, 연희가 입으니 상체 쪽이 유난히 부각되어 보였다.
“예쁘다…”
“응? 으응…”
이제는 예쁘다는 말에 딱히 부정도 하지 않는다.
여전히 부끄러워하긴 하지만, 내가 매일 같이 주입식으로 너는 예쁘다고 말해주고 있으니, 조금은 적응이 된 모양이다.
연희는 자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인지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혹시나 접근하는 남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말을 거는지 알 수 있으니까.
연희는 자기에게 분명히 용건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니거든.
그녀는 침대에 눕다시피 앉아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옷을 벗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인 듯 보였다.
여벌이 더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래도 처음 입는 옷이라 그런 모양.
“쪼옥- 쫍-”
연희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려, 자연스럽게 입부터 맞추면서 시작을 했다.
포개어진 입술이 조금은 말라 있던 서로의 살을 촉촉이 젖어들게 만든다.
“하아음- 쪼옵-”
연희는 키스하면서도 웃음을 참기 힘들어 보였다.
그 미소는 갑자기 웃기는 일이 생각나서 웃는 것이 아닌, 지금 상황에 대한 숨길 수 없는 만족감 때문일 것이다.
몇 번의 입맞춤으로 연희는 빠르게 달아올랐다.
사람이 자극이 계속될수록 무던해지기 마련인데, 연희는 오히려 스위치를 빨리 켜게 되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조금 덥네.’
호텔의 배려인지, 옷을 벗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나는 셔츠를 풀어 상체를 완전히 드러냈다.
탄탄하게 자리 잡은 잔 근육이 모습을 드러냈고, 연희는 처음으로 온전하게 확인하는 내 속살이 신기하면서도 부끄러운지 작은 손으로 얼굴을 홱 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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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불 끄면 안 돼?”
“응, 안돼.”
“으읏…”
나는 연희의 허리를 들어 상체를 세운 뒤, 다시 키스했다.
연희는 혀가 뒤섞이면서 급격히 체온이 상승했고, 손은 점점 내 가슴으로 옮겨졌다.
이리저리 더듬으면서 굴곡진 근육의 융기된 부위와 들어간 굴곡을 따라 손가락을 옮겨댄다.
나는 평소보다 진도를 조금 더 빨리 가져갈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연희의 원피스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고, 그녀의 속옷 위로 느껴지는 약간은 보들보들한 감촉을 느끼게 되었다.
“쪼하압- 하아- 거, 거기. 안에는 넣으면 안 돼…!”
“알았어… 안 넣을게…”
연희는 여전히 속옷 안쪽은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젖어든 속옷 위로 만지는 것과 속살을 만지는 것이 차이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나는 이성이 있는 해골이니까. 연희가 바라는 대로 해줄 것이다.
“으깃-! 으응~! 아아앙-! 앙! 응!”
아래쪽을 본격적으로 만져주자 연희의 몸이 위아래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래쪽의 약간 벌어진 틈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다, 살짝 솟은 부위를 꾹꾹 눌러본다.
“하악-! 끼흐응-! 자, 잠깐…! 너, 너무 깊게 누르지- 흐응!”
피싯- 퓨퓻-
“아아아…”
연희는 오늘은 왠지 키스보단 아래쪽을 집중해서 느끼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 얼굴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한껏 달아오른 얼굴을 수줍게 내보인다.
“입… 벌려 봐.”
“으응? 아아앙-”
내 명령에 연희의 입이 위아래로 크게 벌어진다.
잠시 입안을 살피던 나는 손가락을 집어넣어 천장을 살살 긁어주었다.
그러자 연희의 눈동자가 하늘 위로 치솟으며, 구강에 타액이 순식간에 차오르더니 입술 아래로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헤엑- 헥- 헥-”
‘귀여워. 꼭 강아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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